둥지청소년회복센터에서 성경공부를 하면서 처음 만난 후, 내가 관심을 갖고 챙기던 보호관찰 중인 청소년이 있다.
약 20일 전 보호관찰 규칙과 나와의 약속을 어기고 이탈을 해서 분류심사원에 갔다.
명절 연휴가 지나면 재판을 받을 예정이라 어제 면회를 갔다.
벌써 대여섯 번째 방문이라 이젠 제법 익숙하다.
동선에 익숙해져 버린 내가 싫었다.
면회장에 줄지어 들어선 아이들은 부모를 보면 보통 눈물을 흘린다.
그 아이의 부모는 이 아이를 거의 돌보지 않는다.
그 아이는 부모가 아닌 나를 예상한듯 보고 싱긋 웃었다.
“어디서 뭘 한 거니?”
“그냥 친구 집에서 계속 잤어요.”
“이렇게 될 줄 알면서 왜 그랬니?”
“너무 답답하고 힘들어서요. 원래는 좀 놀고 싶었는데 계속 잠이 오는 거예요.”
“밥은 잘 먹니?”
“아니요. 자꾸 구역질하고 토해요.”
“왜? 병원에는 가봤어?”
“심하니까 병원 가서 초음파 검사도 했는데 이상이 없대요. 뭐라더라? 스트레스성이래요.”
“에고… 계속 그러면 속을 버릴텐데. 겔포스라도 달라고 해서 먹어.”
부모로부터 너무 어이없는 일을 당하고, 너무 어이없게 반응한 이 아이는 솔직히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딱히 해줄 조언도 없어 형편과 생각을 물어보기만 했다.
나는 이 아이를 갑자기 모범생으로 변화시키거나 삶을 바꿔줄 수 있는 능력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 청소년인 아이에게 약속이나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손절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다시 다가가는 나의 작은 몸짓이 명절을 앞두고도 찾아오지 않는 부모를 둔 아이가 사회를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랄 뿐이다.
면회장을 나오니 가을볕이 따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