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 저녁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둥지청소년회복센터를 퇴소했지만 부모가 돌보지 않아서 청소년쉼터에서 살고 있는 아이와 시간을 갖기로 약속했다.
아이는 쉼터에서 같이 지내는 동생을 한 명 더 데리고 가도 되냐고 해서 그러라고 했다.
미술전시회의 입장권을 전송해야 하는데 같이 온 아이는 휴대폰이 없어서 그냥 내 딸이라고 하고 동반입장했다.
미술전시회에 처음 와본 아이들은 규모와 작품과 작품가격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정봉채 작가님의 사진을 보고 내가 설명했다.
“이게 그림이 아니라 작가님이 드론으로 우포늪을 찍은 사진이야.”
“이게 정말 사진이 맞아요?”
아이들은 정봉채 작가님의 사진 작품을 가리키며 놀랐다.

샐리 작가님이 아이들을 반갑게 맞아주셨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을 들고 아이들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다.
작가님이 하나님을 모티프로 해서 그린 푸근하고 의지가 되는 아버지 그림이란 설명을 듣더니 아이가 질문했다.
“그런 의미를 담아서 그릴 수 있다는 게 신기해요.”
“글은 쓰기 어렵지만 그림은 너도 의미를 담아 그릴 수 있어.”
설명 후에는 작가님이 아이들과 사진도 찍어주셨다.
아이들이 작품을 갖지는 못했지만 아버지 그림 기념엽서를 선물로 받았다.

전시회를 나왔을 때, 아이들이 고기가 먹고 싶다길래 고깃집에 가서 실컷 먹였다.
다행히 아이들은 2인분도 다 먹지 못했다.

아이들은 쉼터 복귀시간을 넘길 계획을 털어놨다.
“얘들아, 목사님이 선생님과 통화까지 했는데 니네들이 시간을 어기면 선생님이 앞으로 나를 믿지 않을거야. 오늘 시간 안에 복귀하면 한 달에 한 번씩 오늘처럼 저녁에 맛있는 걸 사줄게.”
“진짜요? 좋아요.”

집에 와서 아까 처음 만났을 때 아이가 준 선물을 보니 요즘 유행한다는 ‘까눌레’였다.
마침 복귀시간 5분 전이어서 아이에게 전화했다.
“목사님 딸이 이게 까눌레라고 가르쳐줬어. 목사님은 까눌레를 처음 봤어. 이거 비싼 거라며? 이걸 왜 샀니?”
“목사님이 늘 좋은 걸 선물해주시니까요.”
“고맙다. 맛있게 먹을게. 쉼터에는 들어갔니?”
“예, 방금 들어왔어요.”
“참 잘했다. 약속을 지켰으니 나도 약속을 지킬게. 다음달에 또 보자.”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