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코트에서 만난 어르신들

테니스를 치자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연락하는 은퇴 목사님이 있다.
7월 초에 수련회 참석 중이라 거절한 적이 있어 무더위 중이지만 예의상으로라도 가야될 분위기였다.
보통 오후 서너 시에 만나 치는데, 더위가 덜한 오전 9시에 만나자고 했다.

오전 9시인데도 테니스 코트는 벌써 후끈했다.
몸을 풀고 개인 랠리 연습을 하는데 벌써 지칠 정도였다.
아무래도 지난 밤 열대야 때문에 세 시간 여밖에 자지 못한 여파가 큰 것 같았다.
10시경부터 거기 계신 분들과 복식 시합을 하던 중 약간 어지러웠다.
이러다가 잘못하면 건강을 상할 것 같았다.
우리가 3:2로 지고 있을 때였는데, 나는 어지러움을 호소하고 내가 식사 대접을 할테니 중단하고 식사하러 가자고 했다.

사진에서 내 좌측에 계신 분이 은퇴 목사님이고, 건너편 쪽 두 분은 비신자이다.
창쪽에 앉은 분이 80대 중반, 내 정면에 계신 분이 70대 중반이었다.
시합하기 전 인사할 때 이미 내 소개를 했다.
내 차로 같이 이동한 식당에서 비신자와 성경공부를 한 내용을 담은 ‘대화로 푸는 성경:창세기’를 선물했다.
“제가 받아도 되겠습니까? 고맙습니다. 잠이 오지 않을 때 읽어 보겠습니다.”
겉표지 안쪽 내 사진을 보더니 조금 놀란 눈치를 보였다.
“그 사진은 좀 멀쩡하죠? 오늘 제가 너무 망가졌습니다. 원래는 그렇게 생겼습니다 ㅎㅎㅎ”

두 어르신은 후식 냉면까지 싹 비우셨다.
식사를 마치고 두 분께 말했다.
“오늘 목사가 대접하는 식사를 드셨으니 두 분 모두 3년 더 건강하게 사시길 바랍니다.”
“오~ 그런 겁니까? ㅎㅎㅎ 다음에는 제가 한 번 대접하겠습니다.”
“그러면 안됩니다. 제가 존경하는 김은호 목사님이 ‘형님’이라고 부르는 분들이니 제가 대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