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박 나온 보호시설 청소년 재워주기

소년법원 재판을 받은 아이는 거의 두 달 만에 사회로 나왔다.
그래도 여전히 청소년보호시설에 있어야 한다.
외박을 나왔는데 부모가 집으로 오는 걸 거부했다.
아이가 묵을 곳이 없어서 센터장님과의 협의 하에 우리집에서 하룻밤 재우기로 했다.

하교한 아이는 먼저 한동안 머물던 쉼터에 가서 자기 물건을 찾았다.
아쉽게도 가방과 크록스가 사라졌고 작년 성탄절에 내가 선물했던 조끼만 남아있었다.
아이는 광안리에서 답답함을 풀고 싶다고 했다.
금요일 저녁 광안리는 정말 복잡했다.
백사장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아이가 하는 이야기를 다 들어줬다.
추울 정도로 바닷바람을 실컷 맞고 난 후 근처 카페에 가서 광안대교 야경을 보며 아이가 원래 들고다녔던 것과 비슷한 가방을 하나 주문해줬다.
오늘 아침 아이로부터 가방을 잘 받았노라고 연락이 왔다.
아마 오늘부터 그 가방을 메고 등교했을 것이다.

아이가 집에 왔을 때 우리 딸들이 반갑게 맞아줬다.
셋째는 전에 같이 식사를 한 적도 있어서 구면이다.
센터장님의 요청대로 밤 11시에는 폰을 받아서 전원을 껐다.
우리 가족은 아이와 함께 넷플릭스 드라마를 봐줬다.
웬일인지 카푸가 아이에게 착 달라붙어서 잠도 같이 잤다.
아이는 덜 외로웠을 것이다.

카푸를 안고 있는 아이 [사진 강신욱]

아침에 깨우지 않았더니 아이는 오전 11시쯤 일어났다.
아이는 돼지갈비를 먹고 싶다고 했고, 우리 가족과 함께 돼지갈비를 잘하는 식당에 가서 푸짐하게 먹었다.
식후 아이는 친구를 만나러 나가고 싶었지만 보호시설 센터장님으로부터 허락을 받지 못했다.
아이는 노골적으로 속상한 티를 냈다.
나는 “너는 캠핑을 하러 온 게 아니라 벌 받는 중이야.”라고 제대로 알려줬다.

나는 잠을 이루지 못할 때 가끔 라벤더 오일을 손목에 바른다.
아이에게 심신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손목을 내밀기에 발라줬다.
아이는 방에 들어가 폰을 보는 것 같더니 금방 잠이 들었다.
덕분에 나는 독서와 원고 준비에 집중할 수 있었다.

24시간이 지나고 아이가 보호시설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 되었다.
아이는 가기 싫다고 떼를 부렸다.
“시간 맞춰 돌아가고 생활을 잘해야 또 외박할 수 있지.”라고 했더니, “두 주 뒤에 또 외박할 수 있어요?”라며 금방 미소 띤 얼굴이 되더니 지하철 역으로 들어갔다.
나는 격한 운동을 한 것처럼 온몸이 쑤셔서 진통제를 먹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