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치우는 손길

낮은울타리까지 가는 길에 가끔 만나는 어르신이 있다.
주름이 많고 야위어 한눈에도 나이가 아주 많은 분임을 알 수 있었다.
좁은 오르막 보도에 뜬금없이 의자가 하나 있는데 거기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낮은울타리 가는 길에 담배 연기 샤워를 하는 셈이다.

몇 번 마주친 후 인사를 건네고 말을 붙였는데 귀를 가리키고 손을 저었다.
못 듣고 말을 못하시는 분이었다.
그후로 가방에 간식이나 과자가 있으면 드시라는 시늉과 함께 건넸다.
할아버지는 받은 과자를 흔들며 활짝 웃어 고맙다는 마음을 전했다.

오늘 아침 그 할아버지를 또 만났다.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잔걸음으로 발을 옮기면서 왼손을 뻗어 아파트 화단 키 작은 회양목에 떨어진 낙엽을 하나씩 치우고 있었다.
나는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일이라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할아버지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수많은 낙엽을 다 치울 수는 없다.
하지만 손이 닿는 범위 내에 낙엽을 치우는 그 일은 내 눈에 충분히 유의미했다.
집 밖에서 내 걸음이 닿는 곳까지, 내 손이 닿는 곳까지 다듬는 마음이 참 아름답고 건강하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