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원래 있던 유대인 종교 지도자 그룹을 뭐라고 했지?”
“바리새인과 사두개인.”
“이 사람들이 세례 요한을 좋아했을까?”
“아니요.”
“왜? 세례 요한이 사람들을 회개시켜서 착하게 살게 하고, 하나님 잘 믿게 만들었잖아. 그러면 좋아해야지.”
“그냥 싫어했을 것 같아요.”
“맞아. 사람들이 자기들 말을 따르고 자기들을 존경해야 하는데 세례 요한의 말을 듣고 따르니까 세례 요한을 미워했어. 이 사람들이 세례 요한이 어떻게 하는지 보려고 세례를 베푸는 곳까지 찾아온거야. 보통 종교 지도자를 만나면 어떻게 해야 하지?”
“인사를 해야죠.”
“그래, 착하다. 하지만 당시 종교 지도자들은 부패해서 자기 욕심을 채우는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세례 요한은 ‘독사의 자식들아’라는 아주 심한 말을 했어. 우리말로 하면 뭘까?”
한 아이가 문득 “개새끼야.”라고 답했고, 다른 아이들은 너무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뭘 그렇게 놀라니? 니네들끼리는 평소 잘 쓰면서.”
“그래도 목사님 앞에서 이건 아닌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해줘서 고맙다. 어른들 앞에서 쓰지 말아야 할 말은 니네들끼리도 하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예.”
“세례 요한은 그들이 진짜 회개해야 할 사람이고, 회개하지 않으면 저주를 받을 것이라고 무서운 말을 했어. 그리고는 자기 뒤에 오시는 분을 소개했지. 그분은 아주 능력이 많으시고 자기는 물로 세례를 베풀지만 그분은 성령과 불로 세례를 베푸실 것이라고. 그분이 누굴까?”
“하나님.”
“하나님이긴 한데 우리처럼 사람의 몸으로 오신 분의 정확한 이름이?”
“예수님.”
“그래. 세례 요한이 세례를 베풀어서 유명해졌지만 세례 요한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따로 있었어. 그게 뭘까?”
“회개시키는 일.”
“그것도 맞는데 조금 더 정확하게.”
“하나님을 믿게 하는 일.”
“그렇게 말하면 교회에서 하는 대답의 50%는 맞아. 세례 요한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사람들의 마음이 예수님을 향하도록 잘 준비하는 것이었어. 이런 걸 ‘우선순위’라고 해. ‘우선순위’라는 말 들어봤니?”
“아니오.”
“해야 하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 가장 우선해야 할 일이란 뜻이야. 그러면 니네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은 뭘까?”
“공부.”
공부를 거의 하지 않는 아이들이 소위 학생의 본분이라는 ‘공부’를 답하는 상황이 웃기면서도 서글펐다.
이 아이들도 질문을 잘 생각하기보다는 요구 받은 정답을 말하기에 익숙한 것이다.
“아니.”
나의 대답에 아이들은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럼 뭐예요?”
“너희들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잘 사는 거야.”
순간 아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고 잠시 정적이 흘렀다.
나는 자살예방운동도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자살률 세계 1위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고, 한 해에 1만 4천 명이 넘는 사람이 자살을 하고, 10대부터 30대까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다.
한 해에 10만 명씩 늘어나는 유가족들은 그 엄청난 충격을 받고서도 자살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제대로 슬퍼하지도 못한다.
드물게 가족의 자살의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가정이 해체되기도 한다.
그런데 둥지에서 만난 아이들 중에는 자살이나 자해를 생각하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죽지 말고 살아라.”
“목사님~~ 감동이에요. 정말이에요.”
비행청소년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집에서도 푸대접을 받는 아이들로서는 뻔한 정답이 나올 것을 예상했던 목사 입에서 나온 말이 의외였던 모양이다.
다른 아이들도 두 손을 모으거나, 자기 얼굴을 감싸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래, 감동 받아야지. 그런데 내 말에 감동 받지 말고 니네들이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에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어. 니네들은 학생이기 전에 생명을 받은 사람이야. 생명은 내가 갖고 싶다고 가질 수 있는 게 아니야. 니네들 중에 태어나기 전에 ‘내가 태어나야 되겠다.’ 생각하고 태어난 사람있니?”
“아니오.”
“그럼 태어나도록 생명은 누가 주신 걸까?”
“하나님이오.”
“그래. 하나님이 주셨으니까 자해나 자살하고 싶어도 그러면 안된다.”
“예.”
“그럼 나하고 자해나 자살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한 명씩 돌아가며 나와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중간에 어떤 아이가 엄지로 도장도 찍었다.
소지만 걸었던 아이가 그걸 보고 “목사님, 나도 도장 찍어요.”라고 해서 다시 엄지 도장도 찍었다.
밤 10시가 넘어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나는 기도했다.
‘하나님, 오늘 저와 새끼손가락을 걸고 약속한 아이들이 모두 자살이나 자해하지 않고 건강하게 잘 자라게 해주세요.’